수도권 영업망 결합해 물류 효율 개선 추진
판관비율과 매출채권 회수 속도 검증 필요
[한국M&A경제] 인천약품이 태응약품을 흡수합병하며 연매출 약 1조 6,000억 원의 의약품 유통 기반을 확보했다. 공고상 합병일은 1일이며, 회사는 2일 통합법인으로 출범했다고 4일 밝혔다. 인천약품이 존속하고 태응약품의 자산과 부채,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구조다.
두 회사의 2025년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1조 5,796억 원으로, 인천약품 단독 실적보다 약 26% 크다. 그러나 같은 기준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0.71%에 머문다. 매출 기반이 커진 만큼 배송과 영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이번 합병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한다.
이번 결합은 의약품 개발 기술을 확보하는 인수와 달리, 이미 운영 중인 거래처와 유통조직을 한 법인에 모으는 거래다. 통합의 가치는 기존 매출을 합친 숫자를 넘어, 같은 의약품을 더 적은 비용으로 공급하고 판매대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에서 드러난다.
수도권 영업망을 한 법인에 모은 결합
인천약품은 인천 부평에 본사를 두고 경기남부와 경기북부 지사를 운영해 왔다. 태응약품은 경기 시흥을 기반으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유통했다. 지난해 매출은 각각 약 1조 2,537억 원과 3,259억 원이다.
두 회사의 기반이 수도권에 있다는 점은 통합 효과를 판단하는 출발점이다. 배송 권역과 주문 처리 체계를 연계하면 운송 동선을 조정하고 물류시설의 활용도를 높일 여지가 있다. 회사도 영업망과 물류 인프라를 연계해 공급 안정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실제 거래처의 중복 정도와 배송 구역별 물량, 시설별 가동률은 공개된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기업이 합쳐졌다는 사실만으로 창고나 배송비가 얼마나 줄어들지 계산할 수는 없다. 주문 마감 시간과 납품 주기, 취급 품목을 함께 조정할 수 있어야 물류 통합이 비용 개선으로 이어진다.
합산 매출 역시 통합법인이 새로 달성한 연간 실적은 아니다. 양사의 지난해 개별 수치를 더한 비교 기준으로, 내부거래 제거 등 회계처리에 따라 실제 재무제표와 차이가 날 수 있다. 합병신주 21만 8,000주도 발행됐지만, 신주 발행 자체가 같은 금액의 현금 유입이나 거래가치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매출은 늘었지만 합산 영업이익률은 0.71%
양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합치면 약 111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15% 감소했다.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4년 0.92%에서 2025년 0.71%로 내려갔다. 매출 증가에도 이익이 줄었던 두 회사가 통합을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려는 상황이다.
판매관리비 증가 속도는 매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인천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11.1% 늘었지만 판관비는 16.5% 증가한 약 643억 원이었다. 태응약품도 매출이 8.6% 증가하는 동안 판관비는 14.9% 늘어난 약 152억 원을 기록했다. 합병 이후에도 같은 비용 구조가 이어지면 매출을 더하는 것만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두 회사의 기존 이익률 차이도 따져봐야 한다. 공개 재무정보로 계산한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인천약품 약 0.58%, 태응약품 약 1.19%다. 합산 이익률 0.71%가 인천약품 단독 수치보다 높더라도, 이는 수익성이 서로 다른 두 사업을 섞은 산술적 효과다. 통합으로 새로 발생한 이익과는 구분해야 한다.
이처럼 이익률이 낮은 사업에서는 작은 비용 차이도 중요하다. 지난해 합산 매출을 유지하고 다른 조건이 같다고 가정하면, 비용률을 0.1%포인트 낮출 때 영업이익은 계산상 약 16억 원 늘어난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절감 목표가 아니라 매출 규모에 따른 민감도다. 합병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절감 가능한 비용과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지출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지오영이 보여준 물류 서비스 확장의 경로
경쟁사 지오영은 2025년 개별 기준 매출 3조 4,849억 원과 영업이익 723억 원을 기록했다. 인천약품과 태응약품의 단순 합산 매출보다 두 배 이상 크고, 영업이익률은 약 2.1%다. 수도권 유통 기반을 합친 뒤에도 대형 경쟁사와의 규모 격차는 남는다.
이 비교는 사업 규모와 수익성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다. 지오영의 실제 개별 실적과 두 회사의 합산 수치는 회계 범위가 같지 않고, 고객과 품목, 서비스 구성도 다르다. 이익률 차이를 전부 운영 효율 차이로 해석하거나 합병 후 도달할 수익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오영은 제약사 등의 물류 업무를 위탁받는 제3자 물류와 공급망 관리를 지원하는 제4자 물류의 성장이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허브센터 운영 효율화도 이익 개선 요인으로 제시했다. 상품을 매입해 공급하는 규모뿐 아니라 물류 운영과 서비스 구성이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례다.
인천약품의 이번 발표는 새로운 사업 진출보다 기존 영업망과 물류의 연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통합 초기에는 취급액 증가와 함께 주문당 처리비용, 배송 생산성, 공급 오류율이 개선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거래처에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춰야 통합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배송 원가와 현금 회수가 다음 결산의 판단 기준
약국과 의료기관 등 거래처에는 공급 안정성과 납품 서비스가 직접적인 평가 기준이 된다. 물류망을 합친 뒤 주문 처리와 재고 배분이 원활해지면 공급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비용 절감 과정에서 배송이나 반품 처리가 지연되면 거래처 유지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에는 이런 서비스 지표의 통합 전후 비교가 없다.
현금흐름도 영업이익과 함께 봐야 한다. 의약품 유통은 재고를 확보하고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운전자금이 필요하다. 매출이 늘어도 대금 회수가 늦어지거나 재고가 쌓이면 현금은 더 많이 묶인다. 통합 매출채권의 회수 기간과 재고 회전 속도가 중요한 이유다.
양사의 지난해 말 총자산을 단순 합산한 약 3,417억 원도 현금 여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숫자는 아니다. 자산 구성과 부채, 회수 시점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합병으로 태응약품의 사업뿐 아니라 채무와 관리 책임까지 승계한 만큼, 거래처별 신용관리와 재고 관리의 통합도 필요하다.
통합 비용은 효과보다 먼저 발생할 수 있다. 주문∙재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물류 운영을 조정하는 데 지출이 생긴다면, 당기 이익에는 부담이지만 이후 비용 감소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회사가 구체적인 통합 예산과 일정, 절감 목표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런 지출의 규모와 회수 기간을 확정하기 어렵다.
내년 공개될 2026년 감사보고서에서는 합병 회계처리와 일회성 비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후 통합법인의 연간 실적에서 판관비율이 낮아지는 동시에 매출채권 회수와 재고 회전이 유지되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합산 영업이익률 0.71%를 넘어서는 개선이 사업 구성의 변화에서 왔는지, 실제 운영비 절감에서 왔는지 구분할 수 있어야 이번 합병의 성과도 평가할 수 있다.
[한국M&A경제=이용준 기자] news@kmna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