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매각 중심 호주 사업에 자체 시공 역량 결합
핵심 기술진 잔류와 7%대 EBITDA 마진 개선 과제
[한국M&A경제] 삼성물산이 호주 퍼스에 본사를 둔 전기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파워텍(Powertech)을 약 1억 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파워텍은 1998년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세운 회사다. 서호주∙노던준주∙퀸즐랜드주에 사무소 5곳을 두고 싱가포르와 필리핀 세부에도 거점이 있다. 인력은 300명이 넘는다. 전력∙전기 분야 EPC를 중심으로 고압 시험, 시운전, 운영∙유지보수(O&M)까지 맡는다.
이번 인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삼성물산이 호주에서 해 온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삼성물산은 호주에서 발전사업권을 개발해 착공 전에 팔거나, 현지 업체와 합작해 시공하는 방식을 써 왔다. 이번에는 현장 전기 인력을 가진 시공 회사를 통째로 사들였다.
값을 매긴 근거는 실적보다 ‘사람’
매각 과정은 회계법인 PwC가 진행했다. 초기에 돈 매각 자료에서 파워텍의 예상 매출은 1억 1,500만 달러,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890만 달러였다. 이 수치를 거래 금액에 대면 EBITDA 대비 약 11.2배, 매출 대비 약 0.87배다. EBITDA 마진은 7.7% 수준이다.
이 배수는 한계가 뚜렷하다. 기준이 된 실적은 감사받은 확정 실적이 아니라 매각 측이 내놓은 예상치다. 1억 달러가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인지 지분 가격인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보도가 통화 단위를 따로 밝히지 않아 호주달러인지 미국달러인지도 공식 발표로 확인해야 한다. 매도자, 거래 종결 시점,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심사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익 대비 두 자릿수 배수를 치른 배경으로 현지 보도는 ‘수요가 높은 인력’을 꼽았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속도를 낼수록 계통 연계와 고압 설비 시운전을 맡을 숙련 전기 인력 확보가 사업 일정을 좌우한다. 300명 넘는 실무진을 한 번에 데려올 수 있다는 점이 인수 가격의 핵심 근거라는 해석이다.
‘개발 후 매각’과 ‘합작 시공’ 사이에 비어 있던 자리
삼성물산의 호주 실적은 두 갈래다. 하나는 시공이다. 삼성물산은 2023년 11월 호주 상장사 제너스플러스(GenusPlus)와 합작으로 멜버른 재생에너지 허브(MREH) 1단계 ESS의 EPC를 따냈다. 600MW/1,600MWh 규모 배터리 설비로, 계약 규모는 약 2억 호주달러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공개한 공사 기간은 2025년 11월까지였다.
다른 하나는 개발 사업이다. 삼성물산 호주 신재생에너지 법인은 2월 5일 퀸즐랜드주 던모어 태양광∙ESS 발전사업권을 영국 옥토퍼스(Octopus) 그룹의 호주 법인에 팔았다. 300MW 태양광과 150MW/300MWh 배터리를 결합한 사업으로, 미국 외 지역에서 처음 거둔 수익화 사례다. 1분기 태양광 매각이익은 2,220만 달러였고, 회사는 올해 이 이익이 8,5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두 모델 모두 현장 전기 시공 인력을 회사가 직접 갖고 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발 사업은 착공 전에 팔고, 시공은 현지 협력사의 전기 인력에 기댔다. 파워텍은 바로 이 빈자리를 메운다. 설계부터 고압 시험, 시운전, 유지보수까지 직접 수행하고, 20kWh부터 MWh급까지의 ESS∙하이브리드 전력 시스템을 자체 브랜드로 내놓고 있다.
수치로 보면 파워텍 자체의 이익 규모는 크지 않다. 예상 EBITDA 890만 달러는 삼성물산이 던모어 사업권 매각으로 한 분기에 올린 매각이익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번 인수의 성패는 파워텍 단독 실적보다 삼성물산이 이 인력으로 더 큰 사업을 얼마나 직접 수행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협력사이자 경쟁사,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실적
경쟁 구도는 단순하지 않다. MREH에서 삼성물산과 손잡았던 제너스플러스는 다른 개발사의 800MWh급 ESS EPC도 따내며 독자 수주를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이 파워텍을 앞세워 직접 수주에 나서면 기존 협력사와 같은 입찰에서 맞붙을 수 있다.
파워텍의 이력도 따져 볼 대목이다. 파워텍이 밝힌 주요 고객군은 광업, 석유∙가스, 재생에너지, 유틸리티, 방산이다. 다만 공개 자료만으로는 파워텍이 MREH 같은 수백 MW급 계통 연계 ESS를 단독으로 수행한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호주 전기 EPC 인수 거래의 공개 배수도 찾지 못했다.
7.7%라는 마진도 짚어야 한다. 대형 ESS EPC는 고정가 계약 비중이 커서 기자재 값이나 공기가 흔들리면 이익이 줄기 쉽다. 삼성물산이 파워텍을 대형 프로젝트에 투입하면 매출은 커질 수 있지만, 마진이 같은 속도로 따라온다는 보장은 없다.
첫 확인 대상은 거래 자체다. 삼성물산의 공식 발표와 함께 거래 금액의 통화, 기업가치 기준 여부, 종결 시점이 공개돼야 배수 계산이 확정된다. 그다음은 인력 유지다. 인력이 인수 가격의 근거인 만큼, 종결 뒤 1~2년 안에 핵심 기술진과 지역 책임자가 얼마나 남는지가 투자 회수의 전제다. 삼성물산이 개발 중인 호주 ESS∙태양광 사업 가운데 하나라도 착공 전에 팔지 않고 파워텍을 시공사로 붙여 직접 짓는다면, 이번 인수가 사업 모델을 바꾸는 첫 사례가 된다.
[한국M&A경제=이용준 기자] news@kmna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