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양자칩∙자동 설계 결합 추진
외부 장비 호환성과 통합 성능 검증 필요
[한국M&A경제] 인텔(대표 립부 탄)이 이스라엘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 기업 클래시크(Classiq)를 인수하기로 했다. 실리콘 양자칩 제조 기술에 회로 자동 설계 역량을 더해 하드웨어부터 응용 프로그램 개발까지 연결하는 사업을 강화한다.
인텔은 26일(현지시간) 클래시크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거래는 규제 당국 승인 등 선행 조건을 거쳐 2027년 상반기 마무리할 예정이다. 종결 전까지 두 회사는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이번 거래에서 함께 살펴야 할 것은 기술 통합과 고객 기반의 양립 가능성이다. 여러 제조사의 장비를 연결해 온 소프트웨어 기업이 특정 하드웨어 기업에 편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자사 양자칩과의 결합 효과를 높이면서도 외부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기존 개발 도구에 자동 회로 설계 역량 보강
인텔의 양자 소프트웨어 사업이 이번 인수로 처음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인텔은 2023년 2월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1.0을 공개했다. 당시에도 양자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하고 기존 컴퓨터의 프로그램과 연결하는 기능을 제공했다.
클래시크를 통해 보강하려는 핵심은 자동 설계다. 개발자가 계산하려는 내용을 높은 수준의 언어로 기술하면 소프트웨어가 실행에 필요한 양자회로를 설계하고 최적화한다. 개발자가 세부 연산을 일일이 배치하는 부담을 줄이는 접근이다.
회로를 짧게 만들거나 필요한 큐비트 수를 줄일 수 있다면 제한된 장비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쓸 여지가 생긴다. 인수 효과도 개발 도구의 수가 늘어나는 데서 찾기보다 같은 계산을 구현하는 데 드는 자원과 개발 시간을 얼마나 줄이는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클래시크는 9월 30일 오류허용 엔진도 발표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 기능은 양자 프로그램을 오류정정을 고려한 실행 계획으로 변환하고, 필요한 물리 큐비트 수와 오류정정 주기, 실행 시간 등을 추산한다. 논리적으로 가능한 알고리즘이 특정 장비에서 얼마나 많은 자원을 요구하는지 살펴보는 기능이다.
이는 소프트웨어와 칩 개발팀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설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접점이다. 다만 실행 계획과 자원 추산은 해당 계산이 실제 장비에서 목표 정확도와 비용으로 수행됐다는 증거와 구분해야 한다. 예상 자원을 줄이는 성과가 실물 시스템에서도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남는다.
반도체 공정의 확장성과 계산의 신뢰성은 다른 지표
인텔이 집중하는 실리콘 스핀 큐비트는 전자의 스핀 상태에 정보를 담는다.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과의 연계가 특징이다. 인텔이 2023년 연구용으로 공개한 터널 폴스도 300㎜ 웨이퍼에서 만든 12큐비트 칩이었다.
후속 연구도 이어졌다. 인텔이 3월 학회에 공개한 발표 초록에는 18A 공정 기술을 활용한 2차원 스핀 큐비트 배열과 4큐비트 프로세서에 반복 오류정정 부호를 적용한 연구가 담겼다. 제조 공정뿐 아니라 큐비트 연결과 오류정정, 제어 회로를 함께 설계하는 방향이다.
이런 연구는 공정 확장성과 오류 제어를 연결하는 단계다. 다만 소자를 많이 배치하는 능력과 여러 큐비트를 함께 제어해 긴 계산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은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특정 오류정정 부호의 구현만으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실행하는 시스템이 완성됐다고 볼 수도 없다.
같은 제조 경로를 추진하는 경쟁자도 있다.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아이멕과 호주 디라크는 7월 13일 300㎜ 반도체 공정으로 제작한 실리콘 스핀 큐비트 8개의 제어와 판독 결과를 발표했다. 반도체 생산 기반을 활용한다는 방향 자체가 인텔만의 전략은 아니다.
공개된 큐비트 개수만으로 기업의 성능 순위를 정하기도 어렵다. 제작한 배열의 규모와 실제 제어한 큐비트 수, 오류정정으로 보호하는 계산 단위는 서로 다른 지표다. 연산 오류율과 연결 구조, 동시 제어 능력까지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야 한다.
경쟁사의 상용화 일정 역시 목표와 실적을 구분해야 한다. 아이비엠은 오류정정 기능을 갖춘 스타링을 2029년 제공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8월에는 이를 위한 극저온 모듈 연결 성과를 발표했다. 이 역시 완성된 오류허용 시스템의 공급 실적과는 구분되는 개발 단계다.
인텔과 클래시크의 결합 효과를 판단할 때도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자동 설계가 줄인 자원 요구량과 실제 양자칩이 감당할 수 있는 계산 규모를 연결해 보여줘야 한다. 이번 인수 발표에는 통합 시스템의 실측 성능이나 상용 제품 출시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여러 장비를 잇는 소프트웨어, 인텔 편입 후에도 개방성 유지 방침
클래시크의 기존 협력은 인텔 밖으로 뻗어 있다. 회사는 3월 엔비디아의 쿠다큐(CUDA-Q)와 연동해 양자 프로그램 설계부터 실행까지 연결하는 작업 흐름을 공개했다.
당시 회사가 제시한 금융 옵션 가격 산정 시험에서는 31큐비트 회로의 설계와 실행에 걸리는 시간이 67분에서 2.5분으로 줄었다. 다만 이는 엔비디아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개로 양자회로를 모사한 시험이다. 개발 과정의 효율 개선을 보여주는 수치로, 실제 양자칩의 계산 우위를 입증한 결과로 확대해 읽기는 어렵다.
투자자 구성도 폭넓은 협력 관계를 보여준다. 클래시크는 2025년 11월 에이엠디 벤처스와 퀄컴 벤처스, 아이온큐 등이 참여한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서로 다른 계산 기술과 사업 기반을 가진 기업들이 같은 소프트웨어에 투자한 구조다.
인텔은 거래 종결 후에도 클래시크의 기존 다중 플랫폼 연동을 지원하고, 특정 큐비트 방식이나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인텔은 자체 양자칩의 보급 속도와 별개로 외부 장비를 쓰는 개발자와 기업의 접점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프로그램과 장비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수 후에도 외부 장비용 기능 업데이트와 기술 지원이 이어지는지, 자사 장비 최적화와 다른 제조사 지원에 어떤 우선순위를 두는지가 개방성을 평가할 기준이다.
누적 투자 2억 달러와 인수 가치는 별개
클래시크는 2025년 5월 1억 1,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11월 추가 투자 발표에서는 누적 조달액이 2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미래에셋캐피탈도 당시 투자자로 참여했다.
누적 조달액은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의 합계다. 이번 거래의 인수대금이나 기존 주주의 회수 금액을 뜻하지 않는다. 미래에셋캐피탈을 포함한 투자자별 회수 성과도 보유 지분과 매각 조건을 확인해야 계산할 수 있다.
인텔은 공식 인수 발표에서 거래 대금과 지급 방식, 클래시크의 매출∙이익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식 발표만으로는 인수 가격이 실적 대비 어느 수준인지, 인텔의 자금 부담과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수치로 판단하기 어렵다.
기술적 보완 관계와 재무적 성과 사이에도 검증 단계가 남아 있다. 기존 고객의 계약이 유지되고 통합 제품의 이용이 늘어야 소프트웨어와 제조 역량을 함께 보유한 효과가 사업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2027년 상반기까지는 규제 승인과 거래 종결이 첫 확인 사항이다. 이후 인텔이 공개할 통합 제품에서 외부 장비 지원이 이어지는지, 실제 고객의 계산에서 자원 사용량과 실행 비용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한국M&A경제=최은지 기자] choi@kmnanews.com

